Meet in the Middle[完]

외전은 신혼 얘기로 추후에

황제와의 두번째 대면은 열린 문 너머에 펼쳐진 풀하우스에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시작되었다. 곧 있을 상견례를 위해 간단하게 차려입고 앉아 있는 황실 인원들이, 특히 태형이 짐 싸고 성을 나갈 때 까지도 차마 잡지 못하고 꼭 연락 하라고 당부하던 두 황자가 나란히 앉아 바보같은 얼굴로 쳐다보는 모습 참 좋은 광경이었다. 자리에 앉을 생각도 하지 않고 곧바로 ...

그렇게 마음 먹고 서궁으로 돌아갔건만, 아무것도 못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마음 먹고 방 문까지는 열었는데, 잔뜩 굳은 얼굴로 비서실 하이에나들이 내미는 서류들을 받아들고 있는 정국을 보자마자 생각이 다 날아갔다. 선택했다는 사람 치곤 얼굴이 너무 안 좋았지만 하이에나들은 하나도 상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무적으로, 서류를 건넬 뿐. 태형이 방 안으로...

온 궁이 비상이었다. 서궁에 의사가 불려가자마자 황제가 소식을 듣고 행차했다는 비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준도 서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진찰하고 있는 의사와, 침대 주위로 주르륵 앉아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푹 가라앉은 분위기에 남준의 심장이 철렁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침대에 가 정국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이불에 파뭍혀...

태형과 정국은 멍하니 서로를 보고 있었다. 누가 소리 먹는 수류탄을 방 한가운데에 던진 듯,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면, 그 누구도 작은 소리 하나 내는 걸 겁낼 정도로 놀란 상태였던가. 한 몇 분은 꽉 채워 지나보냈을 때, 누군가가 겨우 정신을 차렸는 지,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따라 나오세요” 남준이 일어서 비서실 사람들을 쭉...

석진은 요람에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는 아기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자그마한 머리통에 보송보송한 머리털을 달고 자길 쳐다보는데, 눈이 동그랗고 반짝거려 저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고 보고 있었나 보다. “정국이라고 해. 조그맣지?” 석진이 아기를 잘 볼 수 있도록, 안아 올려 팔에 걸쳐 앉힌 채, 같이 아기를 내려다보고 있던 대공이 웃으며 말했다. 석진...

펀드레이징 파티를 시작으로, 정국의 텅텅 비어있던 스케쥴이 하나 둘 들어차기 시작했고, 그에 맞추기라도 한 듯 태형의 세컨드 잡이 시작되었다. 경호 팀에 들어가 막내 비스무리한 포지션으로 시작하게 된 태형은, 몰아치는 일거리에 오히려 활력이 돌았다. 아직 서종공 개인 경호라는 직책도 있었기에, 경호 팀의 일은 반 정도 밖에 하고 있지 않았지만, 정국과 세상...

들키지 않을 것. 이라는 게임 하에 정국과 태형이 분주히 움직였다. 샤워 할 시간이 있을 리가. 일단 대충 닦고 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핸드폰 게임을 킨 정국이, 마찬가지로 준비를 다 끝내고 방을 나가려는 태형을 불안한 눈으로 살폈다. 아니, 형 휴가인거 비서실 밖에 모르니까 그냥 있는게 더 안전할 것 같은데. 아니나다를까, 서둘러 나가 계단을 내려가는데 ...

“전정국”“여기있어요” 형식적인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었기에 이름을 부르자, 소파 등받이 위로 하얀 두 다리가 쏙, 올라와 흔들흔들댔다. “남준이 형이 너 찾더라”“아…어제부터 뭐 할 말 있다고 하긴 했었는데”“오늘은 안되겠고, 내일 오겠-” 태형의 말이 스스로가 만든 침묵에 먹혔다. 소파 쪽으로 돌아 걸어가니, 쫄딱 젖은 상태로 목욕 가운...

+ 끔찍히도 미안했는지, 태형이 자기 방으로 데려와 직접 옷을 갈아입힐때까지도 정국은 계속 울었고, 태형은 체력이 다했는지 휘청대는 것을 침대에 눕히고 같이 옆에 누워줬다. 자켓을 꼬옥 쥐고있는 꼴이, 놓게하면 안될 것 같아서. 나란히 누워 이불을 덮어주자마자 태형의 허리를 빈틈 하나 생기지 않도록 꽉 끌어안고 가슴께에 얼굴을 묻은 채로 지쳐 잠에 든 정국...

+ 태형은 장난감 병정을 가득 안고 재즈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해 수많은 방들을 지나치며 달렸다. 옆에는 풍산개 한마리가 혀를 휘날리며 같이 달리고 있었다. “태형이 왔니?” 카페트가 깔린 넓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태형은 소파 위로 올라가 앉아 아버지 품에 파고 들어 병정들을 만지작거렸다. “또 기마대야?” 태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