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닫이문을 조용히 열자 조명 하나 켜지 않은 어둑한 방에 홀로 앉아, 가게의 유명한 구경거리인 수조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은 뒤통수가 보였다. 홀로 전쟁이라도 하고 온 듯, 늘어진 어깨가 시체보다 싸늘해 보였다. “친구는 잘 있어요?” “아무것도 안 보여” “아무것도 없을 리가. 사람이라면 반드시 무언가가 보일 텐데요” “뭐가 있기야 하겠지. 안 보일 뿐...
환장하겠네. 윤기가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헤집으며 담배를 물었다. 벌써 한 다섯 번은 쓴 걸 지우고 다시 쓴 것 같은데도 감이 안 잡혔다. 분명 초반은 연구실 시절 허구한 날 작성했었던 보고서 양식이었지만 본문을 써 내려갈수록 점점 이상해졌다. ‘처음엔 ‘공명’을 목적으로 시작했던 육체적 접촉이었으나……’ 로 시작해도 끝은 결국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
*‘READ ME’의 외전쯤 되는 글입니다만 ‘READ ME’를 읽지 않으셔도 스토리 이해에 지장은 없습니다. vice versa*슙국 앤솔로지에 실린 글 원고라서, 일부러 구매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유료발행하니 이해해주세요 정국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열세 장의 카드를 내려다봤다. 당혹스러워 뭔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냥 제 힘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이...
무엇을 기다리라는 걸까. 비장한 얼굴을 하는 민윤기에게 물어볼 용기 따위 물론 없었다. 결국 정국의 리모델링 드래프트는 깡그리 긁어모아져 저녁 식사 후, 식탁에 펼쳐졌다. 일곱 명에서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제 나름대로 훈수 두는 것이 이어져 점점 커피 컵과 티 컵들만 쌓여 올라갔다. 사공이 많아, 사공이. 전정국 방을 왜 너희가 이래라 저래라 하냐,...
성인분은 가능하면 풀버젼을 읽어주세요. 차이 안나게 하려고 하긴 했는데 실패해서ㅋㅋㅋ; 데미지 컨트롤20 옵저버 룸에 들어온 정국의 손목을 잡고 무작정 끌고가기 시작한 윤기는 얼빠진 얼굴로 정국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손으로 밀쳐가면서 문으로 향했다. 민반장님, 아직 테스트중인데요! 주변에서 만류하는 소리에 이미 쫄딱 망했는데 무슨, 비웃어주며 방을 나간 윤기...
불시착 “진짜 넣는다? 넣는다?!”“아, 좀 쫑알대지 말고 넣어요!”“진짜지? 확실해?”“아, 좀!” 답답하고 또 답답해서 결국 정국이 하던 걸 놓고 다가가 대신 스푼에 있는 것을 보울에 털어 넣었다. 우수수, 입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제 머리칼을 쥐어 뜯었다. 호들갑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거같아, 너무 많지 않아?! 제국 사람들은 다 이...
남들 정기연수할 동안 혼자 진하게 어디 놀러갔었나. 12시가 되어가도록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국이 혹시나 싶어 벌떡 일어나 윤기를 흔들었다. “형 아픈거 아니죠? 아파요? 응급 콜 걸어요?” 아니야…어제…술…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젓는 것을 보고 안심한 정국이 툴툴댔다. 황금같은 주말 나랑 놀아줄 생각은 안하고…누가 집어가도 모를 정도로 뻗어있는 ...
18 내가 성격이 나빠서 그런거라고, 일방적으로 키스까지 해놓고, 온갖 플러팅은 다 해놓고, 곧 히어로본부로 돌아갈 지도 모르니까 상황 보겠다며 뒷짐지고 있었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었던 윤기는 조용히 담배만 피다가 샤워하러 가자고 정국을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샤워부스에서도 착실하게 또 세워대는 전정국을 벽에 세워놓고 한 발 더 뺐더랬다. 원래 그런건가, ...
폭발음, 비명소리, 유리 깨지는 소리. 빌런이 틀림 없다고 생각하며 기관발 속보를 찾아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알림도 오지 않은 상태였다. 윤기가 상황정리를 위해 몸을 숨기고 있던 건물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도심 한복판이었건만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여러군데에서 시꺼먼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그 수를 확인하는 와중에도 폭발음이 울려댔다. 익숙한...
정국은 포탈을 빠져나오자마자 거대한 백팩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주저앉아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인어의 눈물…다섯 병. 달그락거리는 앰플을 햇빛 밑에서 유심히 살펴, 곰팡이가 끼지 않았음을 확인한 정국이 이번엔 가방 안에 달린 작은 수납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 펼쳤다. 미끼용 만드레이크…열 개?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열 다섯개는 있었음 했던 정국은 혀...
국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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